안녕하세요! 세무법인 한율입니다.

수도권 지역에 소재한 아파트 등 주택을 보유한 1세대1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감면 또는 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3년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2년 이상 실제로 해당 주택에 살아야 합니다.

다만 양도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을 포함해 주민등록상 가족들도 함께 거주해야(일부 예외적인 경우 제외) 합니다. 만약 가족들이 함께 산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하게 되죠.

지금부터 소개할 사례가 좋은 예입니다. A씨는 1세대1주택자로 실제 4년 이상 가족들과 함께 해당 주택에 살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주민등록상에는 함께 산 기간이 2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당연히 문제가 발생했죠. 상당액의 양도소득세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제기한 불복청구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A씨의 주장을 인용(납세자 승소)해 줍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기 때문일까요.

□ 사건의 '발단'= 지난 2003년 11월 서울에 소재한 상가·주택 겸용 2층 주택을 구입한 A씨는 1∼2층은 리모델링하고 3∼4층은 증축공사를 한 뒤 2004년 3월 준공허가를 받아 4층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했습니다.

이후 2008년 7월 15억1500만원을 받고 주택을 양도한 뒤 현행 법상 '고가주택'에 해당된다고 판단, 관할 세무서에 양도소득세 3600만원을 신고·납부했습니다.

문제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부분에서 불거졌습니다. 관할 세무서 조사결과 A씨가 해당 주택에 4년 이상 거주한 사실은 확인이 됐지만 주민등록표상 부인과 자녀들의 거주기간이 1년11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이에 관할 세무서는 A씨에게 2400여만원의 세금을 추가 납부토록 고지서를 발부했습니다.

A씨는 그러나 "부인과 자녀들의 거주기간이 주민등록표상 2004년 5월∼2006년 5월까지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2004년 4월14일∼2006년 4월27일까지 함께 살았다. 1세대1주택 요건을 채웠다"고 주장하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습니다.

□ "좁은 집 싫어"-'기러기(?) 가족'= A씨의 주장을 더 들어보겠습니다. A씨는 지난 1992년 22평 짜리 임대주택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비해 집이 너무 비좁다고 판단한 A씨는 이사할 주택을 알아보던 중 인근에 거주하는 조카의 전셋집이 비어있다는 것을 알고 2003년 1월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하며 그 동안 집이 좁아 구입하지 못했던 침대와 옷장, 쇼파 등을 새로 구입하는 등 '기분'까지 냈다고 합니다.

다만 A씨는 어찌된 일인지 이사 이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당시 장기 거주자에게 임대주택을 분양한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

임대주택에서 10년 이상 산 A씨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계속 부담하면서 계약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고 결국 A씨는 2003년 9월 쟁점 주택을 매입했고 조카의 집도 팔리는 바람에 이사를 가야할 형편에 놓였습니다.

문제는 쟁점 주택은 당장 입주를 할 수 없고 새로 산 침대 등 가구도 들여놓기 힘든 상태여서 가구를 이삿짐 센터 보관창고에 맡기고 생활필수품들만 챙겨 다시 임대주택에 들어가 거주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좁은 집을 벗어나고 싶었던 가족들은 2004년 3월 신축공사가 완료되자마자 다시 생활필수품만 챙겨 쟁점 주택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몇 일 후 보관창고에 맡겨둔 침대 등 가구도 옮겨와 실질적인 이사를 완료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장사를 생업으로 삼는 바람에 이사일 신청이 늦어져 곧바로 주민등록 신청을 하지 못하고 2004년 5월이 되어서야 전입신고를 마쳤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빌미'가 되어 세금을 추가로 내야할 상황에 빠진 것입니다.

A씨는 "실제로 가족들과 쟁점 주택에 살기 시작한 것은 2004년 4월부터다"라며 거주기간이 2년이 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증거물도 충분히 제시했습니다.

2003년 10월부터 2004년 4월까지의 가구 보관비용과 이사경비를 송금 한 사실 외에도, 2004년 4월분 전기 및 가스요금 지불 내역 및 가전제품 배송일과 배송장소 등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임대주택 전출일이 2004년 5월로 확인되고 전기·가스요금은 건물 증축과 유지에 필요한 것으로 보이며, 이삿짐 센터 대표와 A씨가 '동향(同鄕)'인 사실까지 밝혀내며 A씨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 심판원 "증거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과세취소 정당"= 심판원은 우선 A씨의 금융거래내역부터 훑었습니다. 확인결과 실제로 A씨가 이삿짐 센터 대표에게 이사비용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또한 가전제품 판매전표도 A씨의 주장과 딱 맞아떨어지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전기요금 등도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결국 심판원은 A씨의 주장에 신빙성을 부여할 증거가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심판원은 "쟁점 주택이 2004년 3월 준공된 점, 2004년 4월 A씨가 이사비용을 송금한 점, 2004년 4월분 전기·가스 요금이 부과된 점 등을 감안하면 A씨와 가족이 2004년 당시 주택이 준공된 시점부터 실제 살았던 것이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과세당국이 현행 법에 근거해 과세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다만 납세자의 주변 상황은 무시한 채 과세당국으로 하여금 법 규정만을 고집하도록 할 만큼 대한민국 세법이 '융통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납세자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과세당국이 조금만 더 납세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세일보>